최근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책 중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지진 에피소드를 읽다가, 5년 전 읽었던 이 책이 떠올라 다시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나무를 심은 사람'의 주인공 엘제아르 부피에와 어류학자이자 우생학자였던 데이비드 스타 조던(1851~1931)은 도덕적인 면에서는 정반대의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피에가 떠오른 것은 그들의 공통점, 끈질김 때문이었다.
책의 줄거리는 이렇다. 주인공 '나'는 프로방스 지방의 산악 지대의 그는 황무지에서 쉰다섯 살의 양치기, 엘제아르 부피에라는 인물을 만나게 된다. 그는 황무지에 홀로 도토리를 심고 있었는데, 하루에 100개씩 3년 동안 꾸준히 10만개의 도토리를 심어 2만 그루의 떡갈나무 싹을 틔웠다. 그에 '나'는 30년 후면 떡갈나무 1만 그루 정도는 멋지게 자라 있겠다고 말하지만, 부피에는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계속 나무를 심을 것이기 때문에, 1만 그루는 바다의 물 한 방울과 같을 것이라고 대답한다. 그 뒤 부피에와 헤어진 '나'는 1914년 세계 1차 대전에 참가하여 5년을 싸운다.
전쟁에서 돌아온 화자는 다시 황무지를 찾는데, 그곳에 있었던 것은 황무지가 아닌 넓은 숲이었다. 전쟁 기간에도 부피에는 꾸준히 나무를 심었고 그것들이 자라 무성한 숲이 된 것이다. 변화는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숲이 생기자 물이 고이고, 물이 고이자 바람에 날린 씨앗들이 퍼져 싹을 틔워 버드나무, 갈대와 들꽃들이 피어났다. 그것으로 인해 새와 벌레, 동물들이 모여 들었고 이어서 사람들도 근처에 정착하게 되었다. 이전에는 얼마 안되는 자원을 두고 경쟁하는, 몇 명이 살고 있던 마을에서 어느 새 1만 명이 공동 작업을 하고 도우며 살아가는 마을이 된 것이다.
이와 같이, 아무런 기술적 장비도 갖추지 않고 오직 한 사람의 영혼과 손으로 이루어 낸 결실을 본 화자는, "인간이란 파괴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는 신처럼 유능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감탄 한다.
나무를 심는 것에 삶의 1/3을 바쳐 숲과 생명, 더 나아가 희망을 만들어 낸 엘제아르 부피에와 어류 분류학에 평생을 바쳐 왔지만 현대의 평가는 오류 가득한데다 우생학을 실천하여 악인으로 역사에 남은 데이비드 스타 조던. 그들의 결실이나 평가는 상반 되지만 두 인물 모두 실패를 겪기도 하고 끈기 있게 자신의 일을 하는 인물이다. 과거 '나무를 심은 사람'을 읽었을 때는 끈기로 이룬 '성취'에 집중을 했었는데, 이번에 다시 책을 읽을 때는 조급하거나 결과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일을 추진해 나가는 '끈기'에 더 초점을 두었다는 차이가 있었다.
여담으로, 이번에 저자인 장 지오노나 책에 대해 더 찾아보다가 이전에 책에 대해 착각하고 있었던 부분 하나를 바로 잡게 되었다. 진실을 깨닫고는 약간 실망하기도 했는데, 더 찾아보는 과정에서 현실에는 그보다 더 대단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만약 다른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면, 책을 읽고 끝이 아니라 그에 대해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는 과정을 추천하고 싶다. 그러면 인간에 대해 한 번 더 감동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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