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의 논리학
아멜리 노통브의 책을 읽고 나서, 논리학이나 수사법에 대한 관심이 생겨 그에 대한 책을 찾으러 도서관에 갔다. 서가를 돌아다니다 우연히 익숙한 제목의 책 한 권이 보였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이었는데, 예전에 읽은 ‘설득의 심리학’이라는 책과 이름이 비슷했다. 한 번 훑어보기나 하자는 마음으로 가볍게 꺼내 들어 목차를 펼쳤다. 10개의 챕터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는데, 그 중 8장의 ‘쇼펜하우어의 뻔뻔한 토론 전략’이라는 제목이 눈에 띄었다. 대체 어떤 방법이길래 목차에서부터 뻔뻔하다고 하는 건지 호기심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책은 전체적으로 무난하게 읽을 수 있었다. 후반부로 향할수록 논리학이라기 보다는 일반 철학에 가까운 듯 했지만, 재미있었으니 만족했다. 그래서 애초의 목적이 어떻든 간에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궁금했던 8장을 읽으려니, 아래의 경고가 눈에 띄었다.
‘만약 당신이 올바르고 점잖은 사람이라면, 그래서 설사 자신에게 손해가 온다 해도 진실 만을 존중하는 신사 숙녀라면, 아니 적어도 우리에게 필요한 지식은 협동과 평화에 관한 것이라는 낭만적 성품을 가졌다면, 이 장은 읽을 필요가 없다. 책을 덮고 차라리 다른 일을 해라.’
나름대로 충고하려고 한 것이겠지만, 어쨌든 이렇게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데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위의 충고는 접어두고 계속 읽었다. 그리고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비열한 수법들이라 감탄했다. 이런 방법을 생각한 쇼펜하우어에 대한 이미지가 새롭게 갱신될 정도로. 누군가 토론이나 논쟁을 하면서 이런 술수를 부린다면, 구경하는 사람은 즐거울지 몰라도, 토론하는 사람은 아주 괴로울 것 같다.
8장의 마지막에서 ‘논쟁술은 교활해도 쓰기에 따라 사회를 해치거나 시대를 구할 수 있다.’라고 마무리하지만, 그래도 아름답게 포장되지는 않을 것 같다.
책에는 여러 일화나 예시가 많이 들어있었기에 이해하기도 쉽고 재미도 있었다. 군데군데 들어간 삽화도 코믹스러웠고, 글의 전체적인 분위기도 가볍기에 대중적으로 많이 읽힐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논리적이고 설득력 높은 글쓰기와 말하기를 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기교보다는 꾸준한 연습이 선행 하지 않겠나 하고 입 바른 소리를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