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네시
아멜리 노통브의 작품을 읽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첫 번째로 읽었던 '적의 화장법'은 2001년에 발표된 소설이었는데, 이번에 읽게된 '오후 네시'는 1995년에 쓰여진 것이었다.
'적의 화장법'이 인상 깊었기에, 그녀의 작품을 하나 더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도서관 책장에는 저자의 책들이 여러 권 꽂혀 있었는데, 제목이 평화로워 보여서 '오후 네시'라는 책을 골랐다.
책은 노부부가 <우리집>을 선택 하면서 시작된다. 화자는 고등학교에서 라틴어와 그리스를어를 가르치는 교사였는데, 정년 퇴임을 하고 전원 생활을 시작한다. 그의 동반자이자 누이이자 친구인, 사랑하는 아내 쥘리에트와 함께 <우리집>에서의 평화로운 시간을 꿈꾼다. 그러나 이후 오후 4시마다 찾아오는 방문자로 인해 이야기는 점점 평화에서 멀어 진다.
저자의 책을 읽으면, 그녀가 심리적인 부분을 능숙히 다룬다는 생각이 든다. 스멀거리며 올라오는 불길함이나, 원인 모를 불안, 광기, 우울함 같은 것들 말이다. 마치 햇볕 따사로운 어느 평범한 날에 사연 모르는 시체를 발견해버린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동시에 섬뜩한 기분이 든다.
'사람은 스스로가 어떤 인물인지 알지 못한다. 자기 자신에게 익숙해진다고 믿고 있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이다. 세월이 갈수록 인간이란 자신의 이름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그 인물을 점점 이해할 수 없게 된다.'
위 글은 책의 시작을 알리는 화자의 독백이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저자가 위의 문장을 전하기 위해 '오후 네시'라는 책을 집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떤 인물인가, 나는 누구인가. 잘 아는 것 같으면서도 잘 모르겠는, 작가 자신이 글을 쓰면서 느꼈던 성찰적 질문들을, 독자들에게도 상기시켜 주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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